핵심 요약: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국여자의사회가 선배 세대의 헌신을 계승해 젊은 여의사 지원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념식과 학술행사를 계기로 AI·글로벌 활동까지 확장에 나선다.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국여자의사회가 "선배들 덕분에 성장한 만큼, 이제는 우리가 후배들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세대 잇기와 미래 의료 준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직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는 동시에, 젊은 여의사 지원과 인공지능(AI) 등 의료 환경 변화를 함께 고민하는 실천 계획도 제시됐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여자의사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 중인 박혜영 상원의료재단 이사장은 YTN 라디오 프로그램 ‘잠시만요’ 코너에 출연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단체의 의미와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과 동료들이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선배 여의사들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하며, 이제는 그 경험을 후배 세대에 돌려줄 때라고 말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1950년대 여성 의사의 수가 극히 적던 시기, 여성 의료인의 권익 보호와 전문 역량 강화를 위해 출범해 70년간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는 1만 명이 넘는 여의사들이 활동하는 시대를 맞아, 조직의 역할도 ‘생존과 진입 지원’에서 ‘경력 설계, 리더십, 글로벌 활동’까지 확장되고 있다.

단체는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별도의 기념식과 7월 학술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하나의 섹션을 직접 맡아 여성 의사의 역할과 미래 의료를 주제로 한 세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순 축하 행사를 넘어, 여의사들이 당면한 현실과 향후 과제를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여자의사회는 동시에 세계여자의사회(MWIA) 총회 및 국제학술대회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70주년을 계기로 국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내 여의사들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왜 중요한가

이번 70주년 메시지의 핵심은 ‘세대 간 연결’과 ‘역할 전환’이다. 과거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대 진학과 수련, 취업 단계에서 구조적 장벽을 경험한 세대가 존재했고, 이들이 만든 안전망이 오늘날 여의사 증가의 기반이 됐다. 박혜영 부회장은 이 과정을 짚으며, 선배들의 도움으로 입지를 다진 세대가 다시 후배들의 멘토이자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여의사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현실도 이러한 방향 전환의 배경이다. 현재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전공 선택, 출산·육아와 경력 단절, 승진 및 리더십 진출 등에서 여의사들이 겪는 고민이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단체 차원에서 경력 설계 지원, 네트워킹, 정책 제안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축은 의료 환경의 급격한 변화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는 가운데, 여의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대상이 아니라 개발과 활용을 주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70주년을 계기로 준비 중인 학술행사에는 AI 시대 의료인의 역할, 성인지적 의료, 돌봄 노동과 전문직의 균형 같은 주제가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국제 활동 강화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세계여자의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국내 여의사들이 해외 학술대회, 공동 연구, 국제 보건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확대되면, 한국 의료의 위상은 물론 국내 의료제도와 직역 환경 개선에도 새로운 시각을 가져올 수 있다.

쟁점

다만 ‘선배 세대의 경험’을 어떻게 현재 조건에 맞게 재구성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다. 과거에는 소수자라는 공통 분모가 강했다면, 지금의 젊은 여의사들은 전공, 근무 형태,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다변화돼 있고, 세대 간 인식 차이도 존재한다. 선배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희생과 헌신의 문화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한국여자의사회가 후배 지원을 내세우더라도, 그 방식이 ‘조언과 전수’ 중심인지, 또는 ‘제도 개선과 권익 옹호’에 방점이 찍힐지에 따라 체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회비 기반 단체가 얼마나 실질적인 법·제도 변화나 근무 환경 개선을 견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

또한 전체 의료계에서 여성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여성 의사 단체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어디까지 설정할지도 논쟁적인 지점이다. 여성을 위한 별도 조직이 필요한지, 아니면 의사단체 전체 구조가 성평등하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여자의사회가 대한의사협회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며, 목소리를 어떻게 조율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AI와 디지털 전환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갈림길은 있다. 일부는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환자 개인정보 보호, 의료 책임 소재, 진료의 인간성 훼손 등을 우려한다. 여의사 단체가 이 문제에서 어떤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할지도 향후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우선 관심을 모으는 것은 70주년 기념식과 7월 학술 심포지엄, 그리고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한국여자의사회가 주관하는 섹션의 내용이다. 여기서 어떤 정책 제안과 실천 과제가 공식화되는지에 따라, 단체의 향후 10년이 ‘기념의 시간’으로 남을지, ‘변화의 출발점’이 될지가 판가름날 수 있다.

둘째, 젊은 여의사를 대상으로 한 구체적 프로그램이 얼마나 빠르게 가시화되는지도 관건이다. 멘토·멘티 매칭, 경력단절 예방 지원, 수련병원 내 성폭력·차별 대응 창구, 리더십 교육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실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된 사업이 무엇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셋째, 세계여자의사회 및 해외 단체와의 연계 수준도 향후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국제 학술대회 동시 개최, 공동 연구 과제, 해외 연수 프로그램 등이 실질적으로 늘어난다면, 한국여자의사회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글로벌 차원의 네트워크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여자의사회가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고령사회 돌봄, 성인지적 의료 정책 등 미래 의제를 어떻게 선점하는지도 주목된다. 단체가 후배 세대와 함께 이슈를 발굴하고, 정부와 국회, 의료계 전체를 향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70년 된 단체’가 아니라 ‘다음 70년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