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국내 방송사업 매출이 3년 연속 감소하고 방송광고는 2조 원대 초반까지 밀려나며 전통 방송시장의 위축이 뚜렷해지고 있다. 유튜브·OTT·모바일로 이동한 광고비가 방송 제작투자와 산업 구조를 흔들고 있다.

국내 방송사업 매출이 3년 연속 줄어들며 전통 방송시장의 체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핵심 수입원인 방송광고 매출은 2조 원대 초반까지 떨어져, 광고비가 유튜브·OTT·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슨 일이 있었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5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지상파·유료방송 등을 합친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약 18조 6천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약 0.8% 줄어든 수치로, 2023년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3년 연속 역성장을 이어간 것이다.

매출 감소의 직격탄은 광고 부문에 떨어졌다. 지난해 방송광고 매출은 약 2조 134억 원으로 2조 원대를 간신히 지켰다. 직전 해보다 감소 폭이 더 커지며, 방송사 재무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미 2023년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18조 9천여억 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4.7% 줄어 10년 만에 처음 감소로 돌아선 바 있다. 당시 방송광고 매출도 2조 4천억 원대까지 떨어지며 1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2년 연속으로 광고 부문이 추가로 줄어들며, 하락 추세가 일시적인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사업자별로 보면, 지상파 방송사가 가장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겪었고, 홈쇼핑PP·일반PP·케이블·위성 등 상당수 사업자도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IPTV는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전체 판을 바꿀 만큼 성장 동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왜 중요한가

전통 방송시장의 광고 감소는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콘텐츠 생태계 전반의 재편을 의미한다. 방송사는 광고 수입을 기반으로 드라마·예능·다큐멘터리 등 프로그램 제작비를 충당하는데, 광고가 줄어들면 제작 투자 여력이 곧바로 위축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모바일·온라인 광고시장이 고성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모바일 광고 시장은 연평균 7%대 성장률을 보인 반면, 같은 기간 방송광고는 연평균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전체 광고 파이가 줄었다기보다는 광고비의 ‘플랫폼 이동’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이동한 광고비의 주요 행선지는 유튜브와 글로벌 OTT, 그리고 국내외 동영상·소셜 플랫폼이다. 타깃을 정교하게 설정하고, 성과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온라인 광고의 특성이 광고주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광고 단가와 편성 방식이 상대적으로 경직된 전통 방송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통 방송사의 수익 악화는 장기적으로 편성 다양성 축소, 지역·교양 프로그램 축소, 외주 제작사와 프리랜서 종사자의 일감 감소 등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적 책임을 지는 지상파까지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 뉴스·재난·공익 프로그램의 품질과 접근성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쟁점

1. 플랫폼 전환 vs. 산업 침체

방송매출 감소를 두고 ‘방송산업의 위기’라는 진단과 ‘플랫폼 전환 속 자연스러운 재배치’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광고와 시청 시간이 모바일로 옮겨간 만큼, 광고비도 그 흐름을 따라간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공적 역할과 지역성·다양성을 떠안은 전통 방송이 무너질 경우 대체재로서의 온라인 플랫폼이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도 크다.

2. OTT·유튜브와의 수익 불균형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미 ‘TV 채널’보다 ‘앱’ 단위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그러나 국내 방송사업자는 OTT·유튜브 등과 경쟁하면서도, 동일한 규제와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글로벌 플랫폼과 광고 시장을 나눠 가져야 하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이 유튜브 클립·OTT 다시보기로 재유통되며 시청자와 광고를 동시에 가져가지만, 정작 수익 배분 구조는 방송사·제작사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 유료방송 시장의 정체와 집중도

케이블·위성·IPTV로 구성된 유료방송 시장은 가입자와 매출 증가율이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가입자 수와 매출액은 소폭 증가에 그치고, IPTV 3사 계열사가 가입자·매출 비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시장 집중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다만 OTT 경쟁 심화 탓에 이 집중도가 곧바로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4. 규제 체계 개편 논의

방송과 통신, 온라인 플랫폼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현행 ‘방송법’ 중심의 규제 체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일부에서는 시청각 미디어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법제와, 글로벌 플랫폼과의 공정 경쟁을 위한 규제·과세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로, 규제 확대로 온라인 산업의 혁신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다음에 볼 것

첫째, 방송광고 하락세가 어디에서 바닥을 찍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올해와 내년 광고시장 전망에 따라 방송사들의 편성·제작 전략, 구조조정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

둘째, 방송사·제작사가 OTT·유튜브 등과 맺는 제휴·수익 공유 모델의 변화도 주목된다. 자체 OTT 강화, 글로벌 플랫폼과의 공동 제작, 단일 프로그램의 다중 플랫폼 전개 등 실험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가 관건이다.

셋째, 정부와 국회의 법·제도 논의 속도다. 방송·통신·온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프레임워크가 마련될 경우, 광고시장 규칙과 공적 책무, 데이터·알고리즘 투명성 기준 등이 함께 손질될 수 있다.

넷째, 시청 행태 변화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10대·20대는 이미 TV를 거의 켜지 않는 세대로 분류되고, 중장년층까지 모바일로 뉴스·예능을 소비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세대별 격차가 장기적으로는 ‘방송’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크다.

광고비는 이미 화면을 떠나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이동했다. 남은 질문은, 전통 방송이 이 변화 속에서 어떤 새로운 역할과 수익 모델을 찾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