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 서명식 참석을 위해 떠나려던 일정을 돌연 늦추면서 협상 향방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후속 협상 관련 ‘중요한 미해결 쟁점’을 이유로 들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스위스에서 예정돼 있던 미·이란 대면 협상 및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식 참석을 위한 출국을 전격 연기했다. 백악관은 후속 협상과 관련한 핵심 쟁점들이 남아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협상 테이블 자체는 열어두되 시기와 형식은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에서 종전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약 60일간의 후속 협상에 돌입한다는 청사진을 그려왔다. 회담 장소는 스위스 제네바 인근 리조트가 유력하게 검토돼 왔으며, 미국 측 대표로는 JD 밴스 부통령, 이란 측에서는 카젬 가리바바디 외교부 차관 등이 거론돼 왔다.

당초 밴스 부통령은 현지 시간 18일 밤 전용기를 타고 스위스로 향해, 19일 열릴 예정이던 양해각서 서명식과 후속 협상 개시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늦게 기자들에게 “부통령이 예정된 스위스 방문을 현재로서는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출국 연기를 공식 확인했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부통령은 언제든 출발할 준비가 돼 있지만, 후속 협상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며 “이 사안은 단순하거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다시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밴스 부통령은 앞서도 이번 협상이 “상당히 복잡하고 유동적”이라며 실무 협상 시작 시점이 다소 미뤄질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스위스 정부는 미·이란 양측의 요청에 따라 중립적인 장소를 제공하고 협상 공간과 의전 등을 준비해 왔지만, 미국 측 수석 대표의 출국 연기로 일정 전반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 측도 18일 자국 대표단의 스위스 방문을 연기했다고 밝히며, 최근 격화된 역내 군사 긴장이 협상에 변수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협상단은 특히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지목하며 “안보 환경이 바뀌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왜 중요한가

이번 스위스 협상은 미국과 이란이 그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핵 프로그램·제재·역내 군사 활동 등 핵심 현안을 패키지로 다루는 자리로, 사실상 ‘종전 로드맵’을 다루는 협의로 평가돼 왔다. 서명식과 함께 시작될 60일 일정의 후속 협상에는 핵 활동 동결 수준, 단계적 제재 완화, 역내 민병대 통제, 해상 봉쇄 문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미 해군의 해상 차단 조치 일부가 완화되는 등 긴장 완화 신호가 포착되면서, 스위스 서명식은 군사적 충돌 위험을 낮추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부통령의 출국 연기는 양측이 여전히 핵심 쟁점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제사회 입장에서는 협상 지연이 곧바로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 확대와 연결된다. 이란과 연계된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무장 세력의 움직임, 이스라엘과의 군사적 긴장, 원유 공급 차질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협상 타임라인이 길어질수록 돌발적 충돌이나 사고가 협상 판을 흔들 위험도 커진다.

경제적으로도 미·이란 관계 정상화 속도는 국제 유가와 금융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란산 원유의 수출 재개 폭, 제재 완화 속도에 따라 공급 전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밴스 부통령의 일정 조정은 당장 시장에 ‘합의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고,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쟁점

이번 출국 연기 배경과 관련해 구체적인 조항이나 문구 조정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후속 협상의 틀을 정하는 MOU 서명식은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정치적 부담도 크기 때문에, 양측 모두 자국 여론을 의식해 ‘최소한의 승리 선언’을 가져갈 수 있는 문안을 마련하려 한다는 것이다.

첫째 쟁점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제한 수준과 검증 방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구체적 이행 조치 마련을 거듭 촉구해 왔고, 미국 역시 강력한 검증 장치를 요구해 왔다. 이란은 안보와 주권을 내세우며 과도한 사찰과 군사 시설 접근에는 선을 긋고 있어, 어느 수준에서 타협할지가 관건이다.

둘째는 제재 완화의 속도와 조건이다. 이란은 경제 회복을 위해 신속하고 폭넓은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란의 행동 이행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스냅백(snapback) 조건부 완화’를 선호해 왔다. 서명식 이전에 어느 정도의 제재 완화 시그널을 공식화할지도 논쟁거리다.

셋째는 역내 군사 활동과 관련된 안전장치다. 이란은 이스라엘 및 서방과의 긴장 고조를 주요 변수로 지목하면서, 자신들만 일방적 양보를 강요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레바논과 예멘, 시리아 등에서의 공격 감소와 같은 ‘가시적 행동’을 요구하고 있어, 누가 먼저 움직일지를 둘러싼 책임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백악관이 “협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출국 연기가 곧 협상 결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과 이란 모두 내부 정치와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쟁점에서 먼저 양보하는지에 따라 국내 정치적 후폭풍이 달라질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우선 주목할 부분은 밴스 부통령의 새로운 출국 일정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발표되느마다. 백악관이 ‘수일 내 재조정’이라는 식의 비교적 짧은 시간표를 제시할 경우, 현재 쟁점들이 기술적 조정 수준임을 시사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별도 시한 언급 없이 ‘추후 공지’를 반복한다면, 양측 간 정치적 난제가 더 크다는 해석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 측 대표단의 스위스 방문 여부와 시점도 변수다. 이란이 역내 군사 상황을 이유로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경우, 협상 개시 자체가 한동안 미뤄질 수 있다. 반대로 이란이 일정 수준의 긴장 완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한다면, 미국 내부에서도 협상 가속화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스위스 정부와 국제사회가 어떤 중재 메시지를 내놓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위스 외무부는 이번 양해각서 서명이 “역내 긴장 완화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해 왔고, 유럽 국가들도 협상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IAEA의 추가 입장 표명 역시 핵 검증과 관련된 조항 조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독자는 앞으로 나올 세 가지 신호를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첫째, 백악관과 이란 정부의 공식 브리핑에서 ‘새로운 날짜’ 언급이 나오는지. 둘째, 중동 현장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셋째, 국제 원유·금융 시장이 협상 지연 뉴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미·이란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