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브라운 아이드 걸스 ‘Abracadabra’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프로듀서 히치하이커가 쇼츠·릴스 시대의 음악 트렌드와 ‘진심’ 있는 작업의 중요성을 짚었다. 싱어송라이터 딸 진초이와 함께 AI 시대 ‘사람의 음악’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 ‘Abracadabra’, 인피니트 ‘다시 돌아와’, 소녀시대 ‘훗’, 보아 ‘GAME’, f(x) ‘피노키오’ 등 K팝의 굵직한 히트곡 뒤에는 공통된 이름이 있다. 전자음악·실험적인 사운드로 잘 알려진 프로듀서 겸 DJ 히치하이커(본명 최진우)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쇼츠·릴스 등 ‘짧은 훅’이 곡 전체를 이끄는 시대를 진단하며,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조건으로 ‘진심’을 강조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히치하이커는 연합뉴스와의 대화에서 “오래 사랑받는 히트곡의 조건은 결국 음악을 진심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며, 작업 과정에서 자신의 감각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빠듯한 일정, 타인의 요구에 맞추다 보면 곡이 애초 의도와 멀어질 수 있고, 이를 방치하면 “저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까지 듣기 싫은 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음악 소비 환경을 두고 “쇼츠와 릴스처럼 몇 초 단위로 음악이 소비되는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곡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 훨씬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길게 호흡하는 음악을 만들더라도 그 안에서 짧게 소비될 훅(hook)이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시대가 됐고, 훅이 없다면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구조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히치하이커는 “그 짧은 부분이 곡 전체를 견인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후렴이나 특정 파트가 소셜미디어에서 반복 재생될 것을 전제로 한 설계가 이미 필수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TikTok,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에서 특정 구간만 잘려 나와 ‘밈’처럼 소비되는 최근 흐름을 정면으로 겨냥한 언급이다.
이번 인터뷰에는 히치하이커의 딸이자 싱어송라이터 진초이(18)도 함께했다. 진초이는 “저는 ‘사람이 하는 음악’을 추구한다”며,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에서도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성과 목소리를 보호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미래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기술과 공존하면서도 정체성을 지키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왜 중요한가
히치하이커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 소회가 아니라, 현업 프로듀서가 체감하는 음악 산업의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스트리밍 플랫폼과 숏폼 영상이 주도하는 환경에서, 곡의 일부인 ‘몇 초’가 전체 인기를 좌우하는 일이 흔해졌다. 이는 곡을 쓰는 방식, 편곡, 믹싱, 심지어 홍보 전략까지 바꿔 놓았다.
그의 말처럼 ‘짧은 훅’은 이제 곡 전체를 견인하는 핵심 포인트다. 후렴 한 줄, 사운드 효과 한 번이 알고리즘과 사용자 반응을 타고 폭발적인 확산을 일으키면, 그 트래픽이 곡 전체와 아티스트 브랜드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신인·기성 아티스트 모두 숏폼 영상에서 잘리는 지점, 반복 소비에 적합한 구간을 염두에 둔 채 곡을 만드는 일이 일상화됐다.
그럼에도 히치하이커가 ‘진심’을 거듭 강조한 대목은, 산업 구조가 변해도 음악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창작자의 태도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다. 단기 바이럴만을 목표로 한 곡은 빠르게 잊히기 쉽고, 일정과 요구에 이끌려 자신의 감각을 포기하면 아티스트 스스로도 오래 듣기 힘든 결과물이 나온다는 경험적 경고다.
진초이가 언급한 ‘사람이 하는 음악’은 AI 작곡·보컬 합성 기술이 급격히 대중화되는 지금, 한국 대중음악계가 피할 수 없는 논쟁이기도 하다. 생성형 AI가 데모와 편곡을 대신하는 환경에서, 인간 창작자의 개성과 목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 법·제도뿐 아니라 현장의 윤리 기준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쟁점
첫째 쟁점은 훅 중심 제작이 음악성을 약화시키는가에 대한 논의다. 숏폼 플랫폼을 겨냥한 구성이 상업적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곡 전체 구조와 감정의 흐름을 희생하는 ‘짧은 만족’에 치우칠 위험도 있다. 히치하이커는 짧은 훅이 곡 전체를 견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전체를 관통하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와 사운드가 있어야 히트곡이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둘째 쟁점은 AI 시대 아티스트 정체성이다. 진초이가 말한 “사람이 하는 음악”은 단순히 인간이 연주한 트랙을 의미하기보다, 창작자가 작품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감각에 가깝다. AI가 작곡과 보컬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환경에서, 청취자가 무엇을 ‘진짜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인식할지, 크레딧을 어떻게 표기할지, 저작권과 초상권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등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영역이다.
셋째는 세대와 감각의 지속 가능성이다. 1990년대부터 활동해온 히치하이커는 EDM, 트랩, 실험적인 사운드 등으로 계속해서 젊은 층의 감수를 자극해 왔다. 그가 딸 세대의 뮤지션과 함께 숏폼·AI 트렌드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은, 베테랑 프로듀서도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 적응의 기준을 ‘진심’과 ‘사람의 음악’에 두겠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 추격과는 다른 방향성을 드러낸다.
다음에 볼 것
앞으로 독자와 업계 관계자가 주목할 지점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 음원 제작 방식의 변동: 국내 기획사와 프로듀서들이 어느 정도까지 숏폼 훅 중심 구조를 표준화할지, 또 앨범 단위 서사와 긴 호흡의 곡을 어떻게 병행할지가 관건이다.
- 플랫폼 알고리즘의 영향력: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TikTok 알고리즘이 어느 구간을 ‘추천할 만한 훅’으로 인식해 노출하는지에 따라, 곡 구조 자체가 바뀌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 AI와 아티스트 권리 논의: 진초이가 언급한 ‘공존’과 ‘정체성 보호’가 실제로 어떤 제도·가이드라인으로 이어질지, 음악 단체와 플랫폼, 기술 기업 간 논의가 필요한 단계다.
- 히치하이커·진초이의 향후 작업: 두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짧은 훅의 시대’와 ‘사람의 음악’을 동시에 구현하는 작품을 내놓을지, 새 앨범·콜라보레이션 등 향후 행보가 국내외 팬들의 관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숏폼과 AI가 음악의 형식과 생산 방식을 뒤흔드는 지금, 히치하이커와 진초이가 던진 핵심 키워드는 의외로 단순하다. ‘짧게 잘려 나가는 한 부분까지도 진심으로 만들 것, 그리고 결국 음악은 사람이 한다는 믿음을 지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