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이 혐오가 되는 순간, 어른들이 먼저 멈춰야 한다
배재고 야구부 6개월 출전정지 논란이 남긴 더 큰 질문

고교야구 경기장에서 나온 한마디 응원 구호가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흔들고 있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일부 선수들이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중 상대팀을 향해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고, 그 표현은 5·18 민주화운동과 광주 지역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결국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 징계는 7월 2일 경기부터 적용돼 해당 경기는 몰수패 처리됐다.

잘못된 표현은 분명히 잘못이다. 특히 특정 지역의 아픔과 역사적 상처를 건드릴 수 있는 말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학생 선수들이 몰랐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운동장은 승부의 공간이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스포츠 정신이 무너지는 순간 그 승리도 빛을 잃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더 깊이 봐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과연 이 문제를 학생 선수들의 교육과 반성의 기회로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어른들이 또다시 정치적 감정과 진영 논리의 도구로 소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이나 서구 스포츠 현장에서도 야유와 조롱, 과열된 응원은 수없이 벌어진다. 물론 인종차별이나 혐오 표현처럼 선을 넘는 행위는 강하게 제재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목적은 선수 생명을 끊는 데 있지 않다. 교육하고, 사과하게 하고, 재발 방지 장치를 만들고,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있다. 잘못을 바로잡되, 어린 선수의 미래 전체를 불태우는 방식으로 가지 않으려는 균형이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잘못된 표현 하나가 나오면, 먼저 사실관계를 살피고 교육적 해법을 찾기보다 곧바로 정치권이 뛰어들고, 성인들이 분노를 키우고, 온라인에서는 학생들의 신상까지 파헤치는 일이 벌어진다. 실제로 이번 사건 이후 일부 학생들의 신상 유포와 악성 댓글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잘못을 비판하는 것과 미성년 학생들을 집단 공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치인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어떤 정치인은 징계가 과하다고 말하고, 또 다른 쪽은 혐오 표현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논쟁의 중심에 정작 학생들이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무엇을 잘못 배웠는지, 학교와 지도자는 무엇을 가르치지 못했는지, 고교 스포츠 응원 문화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보다 정치적 유불리와 진영의 감정이 먼저 앞선다. 이번 징계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수위 공방이 벌어졌다는 보도 역시 나왔다.

이것이 더 큰 문제다. 대한민국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보다 사건을 키우는 능력이 더 커졌다. 사과와 반성보다 낙인과 공격이 빠르다. 교육보다 처벌이 쉽고, 화해보다 분노가 더 잘 팔린다. 그래서 작은 실수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마저 또 다른 혐오가 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학생들이 잘했느냐, 못했느냐”만이 아니다. 잘못은 분명하다. 그러나 잘못한 학생들을 어떻게 책임지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6개월 출전정지는 고교야구 선수들에게 단순한 징계가 아니다. 전국대회 출전 기회, 진학 가능성, 선수로서의 미래와 직결될 수 있다. 말 한마디의 무게를 가르쳐야 하지만, 그 말 한마디로 아이들의 생명줄까지 끊어버리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가도 물어야 한다.

특히 고등학생은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다. 잘못된 표현을 했다면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왜 그 말이 상처가 되는지, 왜 광주의 역사 앞에서 조심해야 하는지, 왜 응원과 조롱은 다른지, 왜 승부보다 인간 존중이 먼저인지 깊이 교육해야 한다. 그리고 공개 사과, 봉사, 역사교육, 재발 방지 약속 같은 실질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정치적 처형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인들이 아이들을 앞세워 자기 진영의 분노를 증명하는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정말 할 일은 징계 수위를 두고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학교 스포츠 현장에서 반복되는 조롱성 응원 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사회의 깊은 골을 보여준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많은 앙금을 쌓아왔다. 지역, 이념, 세대, 정치 성향이 다르면 작은 말도 곧바로 증오의 증거가 된다. 상대의 실수는 용서할 수 없는 죄가 되고, 우리 편의 잘못은 변명으로 덮는다. 그렇게 사회는 계속 갈라지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갈등 속에서 희생양이 된다.

배재고 야구부 사건은 분명히 반성해야 할 사건이다. 그러나 동시에 대한민국 어른들이 자신을 돌아봐야 할 사건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잘못된 응원은 고쳐야 한다. 그러나 그 잘못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분노를 소비하는 사회라면 그것 역시 또 다른 폭력이다.

스포츠는 패배해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교육은 잘못한 아이에게 끝장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치와 어른들이 해야 할 일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실수를 이용해 갈등을 키울 것이 아니라, 그 실수를 통해 더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