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미주 한인 시민단체 연합이 물가·주거비 급등 속에서 실제 한인 가정의 생활비 부담을 파악하기 위한 ‘살림살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설문과 상담을 통해 한인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전역의 물가와 주거비가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미주 한인단체들이 한인 가정의 실제 생활고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공동 캠페인에 나섰다. 이름 그대로 각 가정의 ‘살림살이’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무슨 일이 있었나

미주 내 한인동포 권익 옹호와 복지 지원에 나서온 시민단체 연합체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가 생활비 부담 실태를 조사하는 ‘살림살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뉴욕 등 동부 대도시는 물론 서부, 중부 주요 한인 거주 지역까지 포함해, 다양한 연령과 소득 수준의 한인 가정을 대상으로 설문·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캠페인의 핵심은 한인 가정이 겪는 구체적인 생활비 압박을 숫자와 사례로 모으는 데 있다. 월세·주택담보대출 상환액, 식료품비, 의료비와 교육비, 교통비 등 필수 지출 항목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얼마나 늘었는지, 최근 1~2년 사이 체감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세부적으로 묻는 설문이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단순 설문을 넘어, 응답 과정에서 드러난 긴급 위기 가구를 지역 한인단체나 복지기관, 공공 지원 프로그램과 바로 연결하는 ‘상담 창구’ 역할도 캠페인에 포함됐다. 언어와 정보 장벽으로 제도권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기 쉬운 한인들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미교협에는 미 전역의 한인복지·교육·권익옹호 단체들이 다수 참여해 있어, 이번 캠페인은 각 지역 센터와 교회, 상공회의소, 청년단체 등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될 전망이다.

왜 중요한가

미국의 고물가는 통계로도 확인되지만, 이민 1세대·노년층·저소득층 한인에게는 체감 폭이 훨씬 크다. 영어 정보에 익숙하지 않거나 서류 미비, 낮은 신용점수 등으로 인해 공공지원과 금융 서비스에서 밀려난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주 한인사회의 생활비 부담을 집계한 공신력 있는 데이터는 그동안 매우 부족했다. 연방·주 정부 통계에는 ‘아시아계’로 묶여 들어가거나, 한인만의 특수한 소득 구조와 부양 부담, 자영업 비중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살림살이 캠페인’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한인만을 대상으로 한 생활비 조사 데이터가 쌓이면,

  • 지역·연령·이민 세대별로 어떤 가구가 특히 위험한지
  • 어떤 지출 항목이 한인 가계의 숨통을 가장 죄고 있는지
  • 어떤 공공·민간 프로그램이 실제 도움이 되고, 어디가 비어 있는지

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곧 지역 의원들과 행정부를 향한 정책 개선 요구의 근거가 되고, 한인단체 내부에서도 한정된 후원금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즉, 구호 차원의 일회성 지원을 넘어, 구조적인 안전망을 설계하는 첫 단계라는 의미가 크다.

쟁점

이번 캠페인이 주목받는 만큼, 몇 가지 쟁점과 과제도 존재한다.

1. 대표성과 참여율

무엇보다 조사에 얼마나 많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한인들이 참여하느냐가 관건이다. 특정 지역이나 연령대, 교회·단체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에게만 설문이 집중되면 실제 한인사회 전체의 그림과 어긋날 수 있다. 미등록 이주민, 단기체류자, 저소득 독거노인 등 취약층을 조사망 안으로 끌어들일 적극적인 outreach 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다.

2. 개인정보 보호와 신뢰

생활비 설문에는 소득, 부채, 가족관계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응답자들이 안심하고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어떻게 저장·활용되고 언제 삭제되는지에 대한 투명한 안내가 필수다. 특히 이민·체류 신분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익명성 보장’ 장치가 쟁점이 될 수 있다.

3. 데이터의 활용 방식

단체들이 이번 캠페인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어디까지 공개하고, 누구와 공유할지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연구자·정책 결정자·언론과의 협업을 통해 파급력을 키울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식별될 위험이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4. 세대·계층 간 인식 차이

청년층과 노년층, 전문직과 자영업자, 1세대와 2세대가 느끼는 ‘살림살이의 무게’는 다를 수밖에 없다. 캠페인 과정에서 어떤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어떤 목소리가 묻히는지에 대한 내부 점검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조사 결과가 특정 계층의 ‘체감 물가’에 치우치지 않고, 한인사회의 다층적인 현실을 반영할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미교협과 참여 단체들은 일정 기간 설문과 상담을 진행한 뒤, 지역별·항목별 분석을 담은 중간·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한인 가계의 평균·중위 생활비 수준, 소득 대비 주거비·교육비 비중, 부채 부담과 저축 여력 등 구체적인 지표가 포함될 수 있다.

이후엔 다음과 같은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정책 제안 : 연방 및 주·시 정부를 상대로 한 주거·의료·교육 지원 확대 요구, 언어·문화 장벽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 신설 제안
  • 공동 기금·캠페인 :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한인사회 내부 비상기금 조성, 청년·노년 등 특정 계층 대상 긴급 지원 캠페인
  • 정보 플랫폼 강화 : 각종 복지·지원 정보를 한국어로 모아 제공하는 온라인 허브 구축, 상담 핫라인 확대

한편 이번 캠페인은 미주 한인사회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고, 미국 내 아시아계·이민자 커뮤니티 전체의 생활고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소수자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통해, 고물가·소득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는 출발점이 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인사회 독자들로서는 자신과 주변의 ‘살림살이’를 객관적인 숫자와 비교해 보고, 필요한 지원과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기 위한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실제 생활이 통계에 반영될 때, 정책과 제도도 그 현실을 따라오기 때문이다.